로마서 8장 28절은 개역한글 성경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힘든 일을 겪는 이에게 가장 많이 건네는 위로의 구절 가운데 하나지만, 그만큼 성급하게 쓰여 상처가 되기도 하는 구절입니다. 앞뒤 문맥과 함께 읽으면 이 말씀이 고난을 가볍게 여기라는 뜻이 아니라, 고난 한가운데서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깊은 확신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개역한글)
앞뒤 문맥 — 탄식 다음에 오는 확신
로마서 8장은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로 시작해, 성령 안에서 사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18절에서 바울은 고난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고난이 없다고 하지 않고, 고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뒤 그보다 큰 영광을 바라봅니다.
이어 19~25절은 피조물 전체가 탄식하며 기다리고, 우리도 속으로 탄식하며 기다린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바로 앞 26절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와 같이 성령도 우리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가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지쳤을 때, 성령께서 대신 간구하신다는 것입니다. 28절은 이 탄식과 간구 다음에 나오는 결론입니다.
28절 뒤로는 29~30절이 하나님의 계획을 미리 아심, 미리 정하심, 부르심, 의롭다 하심, 영화롭게 하심으로 이어지는 사슬로 보여 주고, 31절부터는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시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라는 물음으로 8장의 절정에 이릅니다. 장의 끝인 39절은 어떤 것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고 선언합니다. 28절은 이 큰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낱말 풀이
우리가 알거니와. 막연한 바람이 아니라 확신을 담은 말로 시작합니다. 형편이 다 이해되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기에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 이 약속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밝힙니다. 두 표현은 같은 사람들을 두 방향에서 그립니다. 사람 쪽에서 보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이고, 하나님 쪽에서 보면 그분의 뜻을 따라 부르신 이들입니다. 우리의 사랑이 먼저가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이 그 바탕입니다.
모든 것이. 좋은 일만이 아니라 18절의 고난, 23절의 탄식, 35절이 늘어놓는 환난과 곤고와 핍박까지 다 포함합니다. 성경은 그 일들 하나하나를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 밖에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합력하여. 여러 가지가 함께 어울려 일한다는 뜻입니다. 낱낱의 사건은 아프고 이해되지 않아도, 하나님이 그것들을 엮어 하나의 결말로 이끄신다는 그림입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라고 말한 창세기 50장 20절이 이 말씀의 좋은 예입니다.
선을 이루느니라. 여기서 「선」은 바로 다음 절이 설명해 줍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시려 한다는 것입니다(29절). 선은 반드시 형편이 나아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며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것, 그리고 39절이 말하는 끊어지지 않는 사랑 안에 머무는 것이 가장 큰 선입니다.
고난 중에 이 말씀을 붙드는 방법
로마서 8장 28절은 남에게 건네기 전에 먼저 나 자신에게 들려줄 말씀입니다. 큰일을 당한 사람에게 「다 합력하여 선을 이룰 거예요」라고 서둘러 말하면, 그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바울도 이 말을 하기 전에 고난과 탄식을 먼저 이야기했습니다. 곁에 있는 이에게는 이 구절보다 함께 우는 시간이 먼저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혼자 묵상할 때는 26절부터 28절까지 이어 읽기를 권합니다. 「마땅히 빌 바를 알지 못하나」라는 대목에서 멈추어, 기도할 말이 없다는 사실을 그대로 하나님께 고백해도 됩니다. 그다음에 28절을 읽으며, 지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하나씩 적고 그 옆에 「하나님의 손 안에」라고 덧붙여 보세요. 몇 해가 지나 그 목록을 다시 펼쳐 보면, 하나님이 어떻게 엮어 오셨는지 조금씩 보이기도 합니다.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39절의 약속은 그대로 남습니다.
함께 읽을 관련 구절
-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로마서 8:18)
- "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 (로마서 8:37)
-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창세기 50:20)
-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13)
고난을 선으로 바꾸신 이야기는 요셉 이야기에서, 어떤 형편에서도 그리스도로 충분하다는 고백은 빌립보서 4장 13절 뜻과 묵상에서 이어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