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21편은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로 끝나는 여덟 절의 노래입니다. 여덟 절 가운데 「지키다」라는 말이 여섯 번 나와, 흔히 「지키시는 하나님의 시」라고 불립니다. 먼 길을 떠나는 가족을 배웅할 때, 입원이나 수술을 앞둔 분을 위해 기도할 때 자주 읽는 시편입니다. 개역한글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전으로 올라가는 노래)
1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2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3 여호와께서 너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너를 지키시는 자가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4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자는 졸지도 아니하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5 여호와는 너를 지키시는 자라 여호와께서 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6 낮의 해가 너를 상치 아니하며 밤의 달도 너를 해치 아니하리로다
7 여호와께서 너를 지켜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또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8 여호와께서 너의 출입을 지금부터 영원까지 지키시리로다
성전으로 올라가는 노래 — 순례자의 시
시편 120편부터 134편까지 열다섯 편에는 모두 「성전으로 올라가는 노래」 또는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머리말이 붙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해마다 절기가 되면 각지에서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갔는데, 이 시들은 그 순례 길에서 부르던 노래로 널리 이해됩니다. 예루살렘은 산 위의 도성이라 어디서 출발하든 오르막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떠올리면 1절의 「산」이 새롭게 읽힙니다. 순례자의 눈앞에 놓인 산은 넘어야 할 험한 길이기도 하고, 도적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두려운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는 막연한 감상이 아니라 길 위에 선 사람의 진짜 물음입니다. 2절은 바로 답합니다. 도움은 산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산을 지으신 분,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 옵니다.
시의 말투도 흥미롭습니다. 1~2절은 「나」로 말하다가 3절부터는 「너」에게 말합니다. 순례자가 자기 고백을 하고, 곁에 있는 이가 그에게 축복으로 화답하는 모습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함께 걷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해 불러 주던 노래였던 셈입니다.
낱말 풀이
실족지 않게.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는 뜻입니다. 산길을 오르는 사람에게 가장 현실적인 위험이 발을 헛디디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자리에서 넘어지는 일까지 넓게 읽을 수 있습니다.
졸지 아니하시리로다 ·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 밤에 길에서 쉬는 순례자는 누군가 깨어 지켜 주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사람 파수꾼은 졸 수 있지만,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분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으신다고 노래합니다. 내가 잠든 밤에도 하나님은 깨어 계신다는 위로입니다.
우편에서 네 그늘이 되시나니. 뜨거운 햇볕 아래 걷는 사람에게 그늘은 생명과 같았습니다. 「우편」은 가장 가까이에서 돕는 자리를 말합니다. 하나님이 멀리서 지켜보시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그늘이 되어 주신다는 그림입니다.
낮의 해 · 밤의 달. 낮의 뙤약볕과 밤의 서늘함, 곧 하루의 모든 시간을 가리키는 짝말입니다. 낮이든 밤이든 해를 입지 않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모든 환난을 면케 하시며 · 네 영혼을 지키시리로다. 7절은 지킴의 범위를 몸의 안전에서 영혼까지 넓힙니다. 어려움이 하나도 없으리라는 약속이라기보다, 어떤 일을 만나도 생명의 가장 깊은 곳은 하나님이 붙드신다는 고백입니다.
출입. 나가고 들어오는 것, 곧 집을 나서 일터로 가고 다시 돌아오는 날마다의 움직임 전부를 말합니다. 「지금부터 영원까지」가 붙어, 오늘 하루의 외출에서 인생 전체의 길까지 하나님이 지키신다는 고백으로 시가 끝납니다.
오늘 이 말씀을 붙드는 방법
시편 121편은 길을 떠나는 사람의 시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군에 입대할 때, 유학이나 출장을 떠날 때, 아침마다 집을 나서는 자녀를 위해 이 시를 읽어 주는 분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3절부터 8절의 「너」 자리에 그 사람의 이름을 넣어 읽어 보세요. 「여호와께서 아무개로 실족지 않게 하시며」 하고 읽으면 성경 말씀이 그대로 축복의 기도가 됩니다.
혼자 묵상할 때는 1절의 물음에서 오래 머물러 보는 것을 권합니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산」은 무엇인지, 그 산 앞에서 나는 어디에서 도움을 찾고 있는지 솔직하게 적어 봅니다. 그리고 2절을 소리 내어 고백합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라면 4절을 붙들어도 좋습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을 다 지키지 못하는 밤에도 졸지 않으시는 분이 지키고 계십니다.
함께 읽을 관련 구절
-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창세기 28:15)
- "저가 너를 위하여 그 사자들을 명하사 네 모든 길에 너를 지키게 하심이라" (시편 91:11)
-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시편 46:1)
-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의 날개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이사야 40:31)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노래한 또 하나의 시는 시편 91편 해설에, 목자 되신 하나님의 돌보심은 시편 23편 전문과 뜻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편 121편 본문은 시편 121편 읽기에서, 시편이 어떤 책인지는 시편 책 소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